해외 여러 나라 중에서 한식을 가장 즐겨먹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와 식문화가 유사한 일본이다. 김치와 삼겹살은 이미 일본인들의 생활이 될 정도. 특히 야채와 함께 먹는 한국의 ‘쌈’ 문화는 ‘웰빙’ 열풍에 맞춰 건강 요리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현재 부유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고급 외식 트렌드로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로 ‘신(新)한류’가 일본열도를 강타함에 따라 한국문화와 한식이 다시금 일본인들 사이에서 회자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로 미뤄, 일본진출을 고려하는 예비창업자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을 예상된다. 지금의 일본 외식문화의 동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한류(韓流), 한식을 대중화 시키다! 한류 이전부터 한식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외국 요리였다. 기름기가 많은 중국요리와 비교해 ‘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한식은 정갈함을 최우선하는 일본요리와 유사한 점이 많아 거부감이 덜했기 때문. 또한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점도 한 몫 했다. 최근 중국도 김치와 한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지만 일본인들에 비하면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여전히 한식은 중국인들에게 고급 외식일 뿐 일상적으로 먹는 친숙한 요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한식이 지금처럼 대중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류 열풍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주장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한류 이전의 한식점은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위치하거나, 규모가 작고,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춰 개량한 메뉴를 주로 제공했었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 특히 <대장금>이 일본에서 빅히트함에 따라 한식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전환되고, 관심이 고조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즉, 신주쿠 오쿠보와 신오쿠보는 한류의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일본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상권이 확대됐다. 한식점의 규모 역시 재일교포와 한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대형화됐다. 한식 메뉴도 다양해졌는데, 특히 전통 한식을 찾는 일본인이 늘어나면서 개량하지 않은 한국에서 먹는 그 맛 그대로인 메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자본 규모의 변화는 한식 업체의 전문화로 이어졌다. 한류 이전에는 영세한 자영업자가 한식점을 운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한류가 상품화되면서 기업체와 자산가들의 진출이 잇따랐다. 즉, 최고급 한식 레스토랑과 기업형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 최고급 한식 레스토랑의 경우 일본 기업과 일본인 CEO가 자금을 투입해 아카사카, 심바시, 시나가와, 메구로 등 부유층 밀집지역을 중심에 들어섰다. 특히 요즘 한식의 ‘쌈’ 문화가 건강식으로 재조명됨에 따라 연예인, 정치가, 기업인 등 VVIP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최고야’를 필두로 △하이테 △깡통의 추억 △처가방 △순흥골 등 10년 전 단 한 개의 프랜차이즈도 없었던 것과 비교해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 프랜차이즈는 현재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창업이 이어져 그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식 프랜차이즈 1호이자 현재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한 ‘최고야’의 ‘다카하시 데루오’ 대표는 “사업 확장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명실공이 한류 덕분”이라고 전했다. 독립점도 한류의 영향으로 질적,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국 국적의 순수 투자가 혹은 투자 이민자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걸쳐 개설된 독립점은 독특한 마케팅과 색다른 메뉴로 틈새시장을 공략, 일본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투자경영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500만엔 이상의 현금 자산과 점포 계약서를 제시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한류란 호기를 틈타 많은 투자자들이 일본에 진출했다. 최근 엔화가 많이 올라 그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주춤하는 한류, 무너진 ‘Japan Dream’ 2000년대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한류가 다소 시들해지면서 한식업계도 그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탓에 경쟁력이 없는 한식점이 줄줄이 폐점하고, 의욕적으로 진출한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성전용 한식점, 테마가 있는 한식주점, 막걸리로 특화된 한식점, 최고급 한식 레스토랑 등 철저한 현지 마케팅에 성공한 한식업체들은 여전히 성업하고 있지만 아무런 현지 지식없이 한류 하나만 믿고 시작한 한식점들은 버텨내지 못했다. 한류가 여성과 주부, 즉 특정 계층이 열광하는 유행에 머물러 전 계층으로 파급되지 못했던 한계가 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10대, 20대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점은 한류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결국 한류 열풍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으로 끝날 듯 보였다.
또 한 번의 도약, 신한류(新韓流)가 책임진다! 현재 일본의 한식업계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주춤했던 한류 열풍이 다시금 일본열도를 강타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 특히 새로운 한류는 기존 한류에 비해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신한류는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아이돌 걸그룹이 이끌고 있다. 이전부터 △보아 △동방신기 △빅뱅 △박용하 △류시원 △초신성 등 많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해 성공했지만, 한국 가수라기보다 일본 가수라는 인식이 강하거나,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인물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존 한류에 편승된 현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감히 신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새롭다. 그들이 한국 가수라는 인식이 확실하고, 한국 팬들과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10~20대 젊은층이 열광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더 클지도 모른다. 일례로 보아와 동방신기가 일본에 진출할 때 바닥부터 시작했던 것과 달리 소녀시대는 진출 전부터 유명세를 탔으며, 진출하자마자 차트의 상위권을 휩쓸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양국 언론에서는 조심스럽게 신한류의 등장과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 신한류가 몰아치면 한식업계 중 특히 젊은층이 좋아하는 분식이 가장 큰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면 한국 젊은층 문화에 관심을 갖기 마련. 떡볶이는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NEWS’의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노리마키와 비교되는 김밥은 영양과 맛이 탁월해 한번 맛보면 일본인들도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신오쿠보나 오쿠보 분식점을 찾는 일본인이 많지 않다. 가격이 비싼 탓(1인분에 800엔)도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주요하다. 또한 한국인 관광객과 유학생들의 입맛에 맞춰 매운 맛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이 먹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홍보는 이제 기정사실이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층을 위해 가격을 낮추고, 일본인이 먹을 수 있도록 매운 맛을 조절하거나 짜장 떡볶이, 카레 떡볶이, 궁중 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명 ‘자릿세’(세트비)가 있는 일본주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식 주점들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20~30대의 수요가 많은 한국식 주점은 이색 안주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일본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신오쿠보와 오쿠보 등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몰려있다. 그러나 신한류의 등장으로 한국식 주점이 대중화되면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시나가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유흥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 한식점 역시 많은 혜택이 예상된다. 초기 한류에 비해 폭발적인 업체수 증가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기존 30대 이상의 고객층과 함께 젊은층 신규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호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미 한식의 저변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수요 계층의 확대는 다양한 아이템 개발과 새로운 마케팅 기획이 가능해짐에 따라 한식 프랜차이즈가 더욱 발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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