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백과사전 연관이미지 상권은 생물이라는 표현을 한다. 아침이 다르고 점심 저녁이 다르다. 주중이 다르고, 주말이 다르다. 여름이 다르고 당연히 겨울이 다르다. 이처럼 볼 때마다 달라지는 상권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의 문제는 나 스스로에게 있다. 오래 상권을 조사해도 시간이 가면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상권의 변화는 그런가보다 해야 숨이 막히지 않는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내 업장의 크기에 있다. 몇평 짜리를 할 것인가에 따라 좌석수가 일단 결정된다. 좌석수가 결정되면 일반적으로 하루 내점 가능한 고객수가 결정된다. 대형 매장이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점포 기준, 즉 20평 내외에서 하루 소화 가능한 혹은, 매출 안정권에 도달하는 고객의 숫자는 100여명 정도다. 물론 이보다 많은 사람이 온다면 돈을 많이 벌겠지만 이 정도만 고객이 도와줘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권을 엄청나게 크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아파트 상가의 경우 배후 세대수가 1천 세대만 되어도 충분한데 수천에서 심지어 만 세대는 되어야 장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창업자들이 있다. 그렇게 팔 자신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하루에 모셔야 할 고객의 수를 예측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어렵게, 상권을 지나치게 키우는 것은 돌다리를 두드리는 게 아니라 대형 대교가 생길 때까지 동동거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외식업에선 입지가 단연 전부는 아니다. 동일한, 유사한 제품을 파는 판매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은 상품이라면 발품이 덜 드는 가게가 유리하지만 맛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서비스가 다른 외식업은 입지가 모든 것을 압도하지 않는다.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가는 것이 식도락가의 습성이고 모든 사람은 식도락가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숙제를 하나 풀어보자. 보행자 도로를 둔 양면에 비슷한 조건의 점포가 물건으로 나왔다. 과연 어떤 점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그냥 느낌이 조금 더 좋은 점포를 고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다 더 가치 있는 점포를 구하는 방법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보행자 도로를 하나의 기다란 관문으로 보고 입구와 출구를 분별하는 일이 그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이 진입하는 입구가 있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빠져 나가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그냥 멀찍이서 바라보면 된다. 그럼 한눈에 들어온다. 노점이 붙어 있는 곳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입구와 출구를 결정했다면 당연히 선택해야 할 점포는 입구 기준 왼편의 점포다. 오른편보다는 간판의 가시성이 높은 것이 과학적(?) 이유다. 우리는 대게 시선의 비중을 왼편에 둔다. 오른손 잡이는 아무래도 자기 방어력이 떨어지는 왼편을 감시하게 마련이다. 오른손은 공격, 왼손은 방어를 하는데 방어를 위해선 시선은 왼편에 더 할애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를 생각해보자. 보행등이 켜지면 오른쪽을 먼저 살피고 그 다음 왼편을 살핀다면 유치원을 아주 잘 못 나온 것이다. 다가오는 차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위해 왼쪽을 먼저 살핀다. 누구나 다 그렇다. 이런 습관으로 인해 보행인의 시선은 약간 왼편으로 30~45도 각도로 위를 보면서 걷는 것이다. 상권의 입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오는 진입로이며 왼편에 붙은 간판이 한번이라도 더 많은 노출 효과를 얻게 된다는 지극한 공식이 성립된다. 비슷한 규모에 비슷한 임차 조건이라면 나중에 팔 때를 염두에 두고서라도 왼편의 점포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아주 센스 있는 선택이다.
이번 칼럼의 주제를 정리하면 다음으로 요약된다. 상권은 가망 고객을 조금 더 끌어 들이기 위해 유동 인구의 특징을 분석하는 일이라는 것과 상권 조사는 주메뉴 판매 시간대를 중심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상권의 크기가 업종 성패의 기준은 절대 될 수 없다는 제언과 함께 가시성에 대한 짧은 견해도 밝혀보았다. 필자의 상권 자문은 철저히 형이하학적이다. 상권을 조사하는 것은 20평 내 가게에 손님이 들 것인지 아닌 지 정도의 판가름에 있다. 전체적인 상권 구역 조사는 그걸로 밥을 먹어야 하는 몇몇 사람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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