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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보철 성공인사이드] 범려로 사는 법

범려로 사는 법

 

소옥아, 소옥아!

소옥이를 부른다. 애타게 찾는데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왜 찾는가.

소옥이를 찾으면 범려가 보일 것이다. 소옥과 범려는 기미(幾微)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기미란 미세한 움직임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의 시작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보통의 지혜로는 감당치 못한다. 커다란 성공 뒤에는 기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먼 미래의 의미를 볼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승자의 자질이다. 위대한 승자로 중국 춘추시대의 범려가 등장한다.

 

범려는 중국 춘추시대에 오월동주(吳越同舟), 토사구팽(免死拘烹), 와신상담(臥薪嘗膽), 상분득신(嘗糞得信), 효빈(效顰) 등 다양한 고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범려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만 보고서도 일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에 따른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범려가 또 다른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버리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명성과 재물을 버리고 세 번을 옮겨 다녔다.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물려주려는 요즘의 세태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물론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뛰어난 정치가, 사상가, 장군, 사업가라는 점도 있다. 그는 지략이 뛰어나고 처세에 능했으며, 정치와 군사는 물론 농업 상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통달한 보기드믄 인재였다.

 

월나라와 구천이 오나라와의 싸움을 준비하자 범려가 극구 말렸다.

“오나라와 부차는 그의 아버지 합려가 우리에게 피살되자 치욕과 원한 속에 3년간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전쟁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병사들은 용맹하고 세력이 막강합니다. …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은 잠시 피하고 방어를 견고히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월왕 구천은 끝내 범려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출병, 부초산에서 오군과 만나 대패를 했다. 구천은 왜 범려의 말을 무시했을까. 이보다 수년전인 서기전 496년에 있었던 오나라와 벌였던 취리전쟁의 승리만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구천은 오만해 눈이 멀었고, 범려는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남달랐던 것이다.

 

서기전 492년 월왕 구천은 오나라에 포로로 잡혀갔다. 구천이 인질생활 3년 만에 월나라로 다시 귀환하게 된 것은 역시 범려의 혜안덕분이다. 오왕 부차는 갑자기 병이 나서 자리에 누웠다. 서너 달이 되었는데도 병은 호전되지 않았다. 범려는 구천에게 말했다.

 

“오왕은 죽지 않습니다. 조만간 거뜬히 일어날 테니 이제 주군께서는 준비할게 있습니다.”

구천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범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나라의 군신이 보는 앞에서 오왕의 대소변을 맛보십시오. 그리고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오왕께서는 곧 나으실 것이니 염려 놓으시더라도 말하십시오. 며칠 후 오왕이 쾌차하면 틀림없이 주군을 신뢰하고 좋은 소식을 내릴 것입니다.”

 

구천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범려가 시킨 대로 대변을 맛본 구천을 보고서는 오왕은 감동했다. 그를 월나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똥 맛을 보고 신뢰를 얻는다는 상분득신(嘗糞得信)의 계책이 성공한 것이다. 범려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견기이작(見機而作). 군자는 어떤 일의 징조가 보이면 즉시 그것에 대한 조취를 취한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범려의 행위를 그대로 설명한 말이나 진배없다. 신의 경지이다.

 

서기전 482년에 오왕 부차는 후방에 있는 월나라는 안중에 두지 않은 채 오나라의 주력군을 이끌고 황지에 이르러 제후들을 소집했다. 이 당시에는 제후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그것은 전쟁을 의미했고, 소집에 응한다는 것은 오왕 부차에게 패자(覇者)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뜻이었다.

 

범려는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직감했다. 이전과는 달리 구천에게 전쟁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구천은 득달같이 정예병을 이끌고 오나라의 주요 거점을 확보했다. 오나라 부차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수년 뒤 오왕 부차는 자살하면서 오나라와 월나라간의 22년간 싸움은 결국 월나라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시기를 알아차리는 범려의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사물의 징조를 보고 재빨리 사건이 일어날 낌새를 알아차리는 범려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월왕 구천은 지난날의 설욕을 깨끗하게 씻고, 패자의 자리에 올랐다. 춘추시대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월나라는 가장 남방에서 일어나 오나라의 뒤를 이어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의 반열에 들어섰다.

 

범려는 상장군이 되었다. 이제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다. 너무 커진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태양이 중천에 오면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우는 이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월왕 구천은 끝내 범려를 막지 못했다.

 

범려는 이른 새벽에 몰래 배를 타고 떠났다. 수많은 재산을 버리고 도착한 곳은 제나라. 성과 이름을 바꾸고 스스로 치이자피라고 칭했다. 그는 해변가에서 농사를 지었다. 계절의 변화와 종자의 우열을 판단하여 과학적인 영농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곧 재산이 수십만 금에 달하게 되었다. 제나라 사람들이 그가 현명하다는 것을 듣고서 그를 상국으로 삼았다.

 

“집에서는 천금의 재산을 이루고 벼슬살이로는 상국에까지 이르렀으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정점까지 간 것이다. 존귀한 이름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은 불길한 것이다.”

곧 그는 상국의 인장을 돌려주고, 재산을 갈라 친구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제나라를 역시 몰래 빠져나왔다.

 

춘추시대에는 송나라, 지금의 산동성 서북쪽에 있는 도(陶)에 이르렀다. 그곳은 천하의 중심이므로 교역을 하면 각지와 통합하여 재산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스스로 도주공이라 칭하고, 물건을 사서 쌓아놓았다가 시기를 기다려 되팔아 1할의 이윤을 남겼다. 그는 곧 엄청난 재산을 모았고, 세상 사람들은 도주공을 찬양했다. 중국인들은 그를 상성 도주공(商聖 陶朱公)이라 칭송한다. 상인 중에서 가장 높은 반열에 오른 성인이라는 뜻이다.

 

범려가 상인으로서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이윤만 추구한 탐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상성이란 칭호가 붙을 수 없었다. 그는 이를테면 무완물(務完物)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 물품을 구입할 적에는 반드시 물품의 품질에 유의해야 하며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나온 상업의 정도를 설파한 이론이다. 남을 기만하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경계를 했다. 흔히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을 하지만 그 속담은 잘못됐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한다. 범려에게 배움을 청하고 싶다.

 

최근 중국산 멜라민 파동으로 먹을거리와 관련된 업체들이 의심받고 있다. 범려의 무완물 원칙을 저버린 결과다. 국내 외식업에서 무완물의 원칙을 성실히 지키는 곳은 일례로 갈비탕 프랜차이즈 하누소이다. 산지에서 직접 고른 식자재만 사용했다. 최상의 품질로 항상 고객을 맞이했다. 금년 상반기 광우병 파동과 경기 침체로 거의 모든 외식업소가 힘들어할 때도 하누소의 매출은 지점에 따라 오히려 올랐다. 범려의 무완물은 동서고금에 통하는 원칙이다.

 

“세 번 옮기고도 모두 이름을 떨쳐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드러나지 않고자 하여도 그 이름이 널리 드러났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범려를 두고 한 말이다. 자신을 드러내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것은 똑똑함일 뿐 큰 지혜는 아니라는 옛 말이 있다. 범려는 결코 영리하지 않다. 큰 지혜를 갖춘 자이다.

 

큰 지혜가 바로 기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범상한 사람은 결코 그런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 기미는 아주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커다란 밑그림이 숨어있다. 밑그림을 볼 수만 있다면 세상 사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다. 미래를 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신나는 일이다. 마음먹은 대로 모든 일을 진행할 수가 있다. 미래가 보이는데 굳이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신의 영역에 감히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을 닮고픈 인간들은 애써 미래를 보려고 한다. 비인비신(非人非神) 경지에 도달한 그들은 누구인가. 기미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다. 대답이 너무 간결한가. 그렇지 않다.

 

기미를 아는 것은 오직 순수한 마음과 집중력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마음이 깨끗할수록, 집중이 깊을수록 더 멀리 더 많이 더 명확하게 볼 수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전체를 읽어내야 한다. 일의 본질, 사물의 진정한 형상을 밝혀내야 한다. 이를 통찰이라고 한다. 통찰의 순간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미가 선행돼야 한다.

범려는 순수했다. 집중했다. 그래서 기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남보다 탁월했다. 일의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도 남달랐다. 그 결과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역사는 그를 기억하고 있다.

범려 뿐만 아니다. 위대한 인물들의 위대한 일들에는 모두 기미를 알아채고 통찰의 순간이 있었다. 그런 사실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역사는 꾸며졌을 것이다.

 

소옥이로 돌아가자.

빈호소옥완무사(頻呼小玉元無事). ‘소옥’이를 찾지만 사실은 시킬 일이 없다. 소옥이는 자리에 없다. 그런데도 주인인 미희는 시녀인 소옥이를 연이어 찾는다. 까닭이 있을 법하다.

 

이는 소염시의 한 구절이다. 소염시는 중국 당나라 현종이 총애했던 양귀비를 소재로 한 시다. 양귀비의 연인은 안록산이다. 소옥이를 부르는 것은 안록산에게 현종이 지금 없다는 신호다. 어서 와서 사랑을 나누자는 뜻이다.

 

당신도 소옥이를 찾고 있다. 그런데 자리에 없는 소옥이를 찾으러 다닌다. 그렇다면 당신은 위대한 성공을 할 수 없다. 소옥이에게 현혹되지 말라. 현혹된 인간들의 군상이 너무 많다. 그들은 결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오히려 패자들의 무리 속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것은 인생의 기미를 통찰한 글귀다. 이를 이해한다면 범려가 사는 삶이 보다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신도 위대한 성공에 한층 다가설 수 있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이름 비밀번호 검증키 4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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