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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보철 성공 인사이드] 성공하고 싶거든 그만 멈춰라
‘성을 빼앗는 것보다 성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정복과 피정복으로 이어지는 세계사를 읽다보면 이 말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비단 역사에서만 찾을 수 게 아니다. 우리네 사소한 인생에서도 늘 부딪히는 문제다. 빗대서 말하자면 ‘성공을 하기도 어렵지만, 성공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명제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마저 성공을 유지하는 것이 왜 힘들까. 한마디로 지족(知足)을 모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만족이라고들 하는데 만족과는 어감이 다소 다르다. 거칠게 해석해서 지족은 족함을 안다는 말이며, 물 흐르는 대로 무리 없이 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족은 그런 의미에서 욕망 앞에서 멈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지족에 대한 해석은 백과사전보다는 다음의 시구가 적절하다.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로 알려진 오언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을 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구는 ‘분수를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는 뜻이다. 지족은 여기서 자신의 처지를 알고 행동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서기 612년 수나라 양제는 113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인솔하고 고구려를 침략했다. 압록강인근의 요동성에서 대치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고구려에는 을지문덕 장군이 있었다. 적의 동태를 살핀 을지문덕 장군은 하루에도 일곱 번 싸워 일곱 번 도망가는 등 거짓으로 패주하면서 적군을 피로하게 했다. 적의 군사력을 소모시키기 위해서다. 살수(청천강)를 건너 평양성에서 30리 떨어진 곳까지 도착한 적군에게 을지문덕은 시 1편을 보내 적장 우중문에게 보냈다. ‘지족원운지’로 끝나는 오언시이다.

우중문은 30만 명의 수나라 별동대를 이끌고 평양성을 공격하던 도중이었다. 시를 보고 우중문은 책략에 빠진 것을 알았다. 침공을 멈추고 후퇴를 시작했다. 지족의 의미를 그제야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을지문덕이 군사를 출동시켜 추격전을 벌인 것이다. 이때 살아 돌아간 자는 불과 2700명 정도였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살수대첩의 백미는 아무리 봐도 ‘지족원운지’이다.

수나라 장군 우중문은 을지문덕 장군에게 크게 패한 후 감옥 게 갇혀 있다가 울분으로 죽었다고 전한다. 수나라도 얼마 후 멸망하고 말았다. 사가들은 고구려와 벌인 전쟁 그리고 패배로 인해 국력이 크게 쇠퇴한 것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나라가 망한 것이나 우중문이 죽은 것이나 모두 지족을 몰라서이다. 지족은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이다. 멈춤은 욕망의 자제와 다름 아니다. 수나라가 나라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고구려를 침공한 것은 강력한 나라의 위세를 떨쳐 보이겠다는 욕망의 표현이었다. 그 욕망 때문에 역사는 수나라를 37년의 단명왕조로 기록하고 있다.

욕망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선택이 주어진다. 나아갈 것인지, 멈출 것인지.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은 멈추지 않는다. 항상 더를 추구한다. 더 많은 것, 더 큰 것이 좋단다.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 가진 자는 항상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자는 항상 더 많은 것을, 받는 자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문제는 자신의 그릇이다. 자신이 그만큼 크고 많은 것을 퍼 담을 그릇인지, 담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를 살피지도 않고 욕심을 낸다. 그것도 단숨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역사와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욕망은 나아가고, 원하는데 그 핵심이 있지 않다. 그만 멈추라는 데 있다. 멈춤은 운명전환의 비결이다. 승자의 길로 올라타는 고속도로다. 역사가 가르치는 것은 욕망의 절제와 극복이다. 이는 위대한 승자의 필수 덕목이기도 하다.

욕망의 자제로 역사의 위대한 승자가 된 사례로는 당태종을 들 수 있다. 당나라 2대 황제인 태종은 수나라 멸망의 교훈을 늘 가슴에 새겼다.
“秦왕조는 한때 강성했으나 2대에 이르러 망했고, 隋왕조는 인구가 많고 풍요했는데도 3대에 이르러 역시 멸망했소. 그대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소?”
당태종이 군신들에게 한말이다. 그가 무슨 대답을 했을 것인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멸망의 징조가 무한한 인간의 욕망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는 무엇보다 사치와 향락 등을 자제하고, 근검검소한 생활로 나라를 다스렸다. 우리는 그가 다스린 시대를 ‘정관의 치’라 불리며 청나라 강희제와 더불어 중국 역대 최대의 성군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태종에게는 총애하는 신하가 있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2인자이다. 이름은 장손무기다. 당태종을 도와 왕권을 잡게 하고, 외침에 맞서 싸우고 내란을 잠재우는 등 탁월한 성과를 이룬 그는 돌연이 사직을 원했다.
“나아가기만 하고 멈출 줄 모르면 결국 남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시간이 길어지면 황제 또한 의심할 수 있다….”
장손무기가 사직을 반대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한 말이다. 그가 계속해서 관직에서 물러나가겠다고 하자 당태종은 다음과 같은 조서를 내렸다.

“황제는 여목을 얻어서 다섯 황제 중 첫 번째가 되었고 하나라의 우왕은 구요를 얻어서 세 왕 중 첫 번째가 되었고, 제환공은 관중을 얻어서 다섯 패주 중 중 첫 번째가 되었다. 나는 그대를 얻어서 천하를 평정했으니, 그대는 다시는 사양 말라.”
그리고 당태종은 친히 위풍부(威風賦)란 시를 그에게 주면서 공적을 표창했다.

장손무기의 멈춤은 그냥 멈춰 서는 게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간 것이고, 멈춰야 할 때 멈춘 것이다. 적극적인 멈춤이다. 달리말해서 장손무기 개인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이름을 날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이익을 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멈출 줄 알았으니 그는 고귀한 인생관을 지닌 사람이다. 멈추고 나아가는 것을 통제할 수 있었으니 이는 바로 거인의 행동이다.

장손무기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난 중국의 역사적 인물로는 월나라의 범려, 오나라의 손무다.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패자로 등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손무는 손자병법의 자자로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머무르고 나아가는 생리는 물을 따를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려하나 굳이 올라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길이 없으면 잠시 그 자리에서 머문다. 그리고 길이 생기면 길 따라 다시 흐른다. 멈추고 나아가는 게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멈춤의 인생관은 물의 생리를 파악한 사람들의 처세철학이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무르는 것이 멈춤이지만 가야할 때 가는 것도 멈춤이다. 욕망을 누르는 것도, 일으키는 것도 멈춤이다. 명분이 순리에 맞는다면 당연히 일으켜야하고, 합당하지 않다면 눌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아가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저 멈추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갈 때는 나아가는 것도 멈추는 것이다. 멈추고 나아가는 게 자유롭다면 큰 지혜를 갖춘 자이다. 자연의 도(道)에 합당할 따름이다.

진정한 멈춤을 아는 자는 큰 지혜를 가진 자이다. 멈춤을 모르면 아무리 뛰어난 언변을 지녔어도 작은 지혜를 가진 자이다. 작은 지혜를 가진 자들이 아는 것은 계략이다. 계략을 즐겨하는 사람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신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데만 몰두한 한신은 유방에게 토사구팽(兎死拘烹) 당했다.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이 평한 것을 그대로 들어보자.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우고 겸양하여 자기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고 자기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더라면 한나라에 대한 공훈이 주나라의 주공 소공 태공의 공훈과 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세에 까지 나라의 제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가 이미 안정된 뒤에 반역을 꾀하였으니 일족이 전멸한 것도 또한 마땅하지 않는가.”

역사의 교훈은 비즈니스 얘기로 귀결될 수 있다. 적극적인 행동, 긍정적인 사고만을 중시하는 비즈니스에서 멈춤은 굴욕으로 보인다. 멈추는 것은 능력부족이요, 수동적인 사고방식이며, 나아가 자존심 상하는 일로 금기시된다. 그러나 비즈니스계에서도 성공과 실패도 역시 멈춤에 달려있다. 멈춰야할 때 멈추고, 나아갈 때 나아가는 지혜가 있는 자는 크게 성공한다.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브랜드 런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명브랜드 뿐만 아니라 중견브랜드마저 후속브랜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타당하지 않다.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 브랜드가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놓은 말들은 거창하지만 알고 보면 거의 다 베끼기 일쑤다. 자기의 전공분야도 아닌데 뛰어드는 것이 일상이다. 가맹점 다지기 보다는 가맹점 오픈에 매달리는 등 외형적인 성장, 그럴싸한 홍보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이를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멈춘다는 의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지만 멈춤을 모르는 이들은 그 때문에 영원히 멈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본죽(www.bonjuk.co.kr), 이삭토스트(www.issac-toast.co.kr), 좋구먼(www.jokumeon.com), 띠아모(www.ti-amo.co.kr), 하누소(www.hanuso.com), 샹하이델리 (www.asianfcstar.com),치어스(www.cheerskorea.com)를 보라. 꿈의 수치인 가맹점 1000개를 돌파한 본죽, 이삭토스트가 후속브랜드를 남발하는가. 하누소 샹하이델리, 좋구먼, 장충동왕족발등이 자신의 전공 분야 말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던가. 가맹점 전개보다는 매장관리에 보다 힘을 싣고 있는 띠아모, 치어스는 어떤가.

‘인간의 계산은 하늘의 계산만 못 하다’라는 옛말이 있다. 사람들은 천변만화하는 일을 앞에 두고 온갖 계산을 하지만 한계에 부딪힐 따름이다. 하늘의 이치 앞에서는 사람의 지모는 한갓 소소한 장난거리다. 일의 변화는 지혜롭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일의 변화무쌍을 따라 잡는 데는 멈춤보다 더한 지혜는 없다.

어떻게 멈출 것인가. 마음을 가다듬어라. 잔잔한 호수의 물처럼 고요해야 한다. 고요한 마음속에는 탐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사람들이 멈추지 못하는 것은 이익만을 좆기 때문이다. 이익이 크면 자신을 해치고 이익이 작으면 자기에게 혜택을 준다. 이익의 대소에 연연하지 말라. 이익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익보다는 일의 진행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곤경에 처했을 때는 더 이상 나아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춰서야 한다. 빠져나오려고 바동거리지만 더욱 난관에 부딪힐 뿐이다. 멈추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고, 길이 보이면 그길로 나아가면 된다. 실패를 성공으로, 역경을 환희로 변화시키는 것은 멈출 때 멈출 줄 아는 지혜에 달려있다

이왕 중국 수당의 얘기로 시작했으니 당나라 얘기로 끝을 맺어야겠다. 당나라 6대 황제인 현종이 등극하기까지에는 황태자 이헌의 아픔이 있었다. 이헌은 당 예종의 적자로 6살에 황태자로 봉해졌다. 중국역사상 유일무이한 황제인 측전무후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복위한 당 예종은 황태자 문제로 고민했다. 이융기가 당예종의 복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예종의 마음이 기운 것을 본 이헌은 대국적인 결정을 내렸다. 나아가지 않고 그만 멈추기로 한 것이다.
골육상쟁의 화를 피하고, ‘개원의 치’라 불리는 당 현종(이융기)의 태평성대를 이룬 배경에는 이헌의 멈춤이 있었다. 황태자 자리를 기꺼이 던질 정도면 ‘멈춤의 미학’이라 불러도 충분할 것이다.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멈춤의 미학을 한귀절로 옮긴 것이다.
이름 비밀번호 검증키 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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