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급락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동일한 상품 구입에 지불하는 비용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하락했다.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객들의 저가 지향이 갈수록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잔뜩 움츠러든 요즘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종은 외식업이다. 일본 외식업체 중 제일 잘나간다는 맥도날드조차 6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매출이 줄었다. 41개월 만에 처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본인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들도 잇따라 저가 체인점을 내놓고 있다.
직장인들의 왕래가 많은 도쿄 간다역에는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몰려드는 선술집(이자카야)이 있다. ‘잇켄메사케바’ 간다역 남쪽 출구점이다.
이 가게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단순하다. 싸기 때문이다.
일례로 생맥주 중간 사이즈 한 잔에 330엔, 삶은 콩이 150엔, 꼬치가 99엔, 음료 한 잔에 100엔 수준이다. 가장 비싼 요리라고 해봐야 안주로는 김치와 돼지고기 볶음이 350엔이고 술은 병맥주 450엔이다. 1인당 약 1500엔을 들이면 저녁과 술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잇켄메사케바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랜차이즈라 일본 사람들에게도 그리 익숙한 브랜드가 아니다. 하지만 저가 시장을 파고든 신생 업체도 아니다. 일본에서 대규모로 선술집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요로노타키’에서 새로 만든 브랜드다.
간다역 남쪽 출구점 역시 얼마 전까지는 요로노타키 간판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저가 체인 잇켄메사케바로 업태를 바꾼 뒤 신장개업했다.
회사 측은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낮은 제품만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잇켄메사케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요로노타키 역시 요리당 가격이 2500엔 정도로 아주 비싼 음식점은 아니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또 새로운 이름을 내걸고 영업에 나선 것이다. 요로노타키의 상황만 봐도 일본 요식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저가점을 낸 곳은 요로노타키뿐 아니다.
‘참치회 한 접시에 280엔’이란 광고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사쿠라수산’. 사쿠라수산을 운영하는 ‘데라켄’은 최근 자회사에 또다시 저가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5월 27일 도쿄 니혼바시에 개점한 만두전문점 ‘왕씨네집’이란 점포다.
메뉴는 만두(10개에 290엔, 5개에 150엔)와 세트메뉴뿐이다. 세트메뉴는 만두 10개에 550엔으로 여기에 쌀밥, 샐러드, 국 등이 무제한 제공된다. 물론 술도 있다. 병맥주는 380엔, 일본 전통주는 280엔이다.
사쿠라수산은 대부분의 점포에서 매출 등이 감소하고 있지만 ‘왕씨네집’에서는 46.2㎡(약 14평)에서 월평균 200만엔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낮은 가격이 가능한 것은 기존 방식을 철저히 고쳤기 때문이다.
요로노타키 측은 “출범 비용 및 점내 서비스를 재검토해 낮은 비용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잇겐메사케바에서는 일본 술집이라면 당연히 제공하는 물수건을 휴지로 대체했을 정도다.
그러나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서비스를 원한다는 욕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일본 외식업체들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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